2009. 12. 11. 금요일. WWOOF의 시작

날씨는 화창했어. 아침 일찍 나서서 그런지 밖에서 놀기 딱 좋은 온도였었는데, 물론 이내 더워졌어. 한국의 햇살보다 조금 더 뜨겁게 느껴지는건 남반구의 하늘을 처음 접해본 새내기의 순결이랄까.
Cleveland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를 볼 수 있었는데, 아, 내가 진짜 호주에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건, 집앞에 늘어서 정박해 있는 요트들을 봤을 때야. 정말 멋지더라구. 그런데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다음을 기약하고서는 그냥 Silvia의 집으로 출발했어. 걸어서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 날 데리러 오기는커녕, 알아서 찾아오라는 거야. 30분 거리에 초행길에, 짐도 딸리고, 여기는 길 물어보는 것도 나한테는 생소하잖아!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기분이랄까. 덥기도 했고, 막막하기도 했고. 어제 찾아본 구글 지도가 유용하기는 했지만 사실 딱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한테 어디로 가는지 물어봤어. 길거리 이름을 메모장에 적어갔으니 발음을 나름 유창하게 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내 말을 가끔씩 못알아 먹을때는 기가죽는 느낌이었어. ‘이게 내 잘못이니?’
3번 정도의 물음 끝에 내가 원하는 Street의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고, 그 다음에 그 아줌마 댁의 집을 찾기는 상당히 편했어. 그 아줌마 집 앞에서 Michael에게 전화를 했어. 이 사람은 아줌마 남편되는 사람인가봐. 지금 생각해보면 발음이 절대 호주 사람이 아니고, 결론부터 말하면 독일 사람인데, 독일 사람의 특유 발음이라기 보다는, 약간 남미 사람처럼 엄청난 속도로 자기 할 말만 뱉어 냈었는데, 아무튼 내가 문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알리긴 했어. 
아무튼, 어색한 만남이 끝나고서 난 바로 일을 시작했어. 의욕 충만이었거든. 아줌마는 청소일을 시키셨어. 앵무새 새장을 새로 만든 듯 보였는데, 거기에 애들이 살아야 한다면서, 자기는 비싼 돈 주고 산 앵무새를 죽이고 싶지 않아서, 그 철장에 있는 독기를 다 제거하고 싶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어. 그 와중에 Michael처럼 보이는 녀석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같이 WWOOF를 하고 있는 Tim이라는 친구였어. 뉴질랜드에서 왔다는군, 가까운 나라에서 와서 왜 이걸 하고있는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은 나중에 그 친구가 다시 풀어주겠거니 했지. 아무튼 만나서 엄청 반가웠어. 심심하지는 않겠구나 싶었거든. 아무튼, 그 친구가 말하기를 내가 오기 전날까지 다른 친구가 있었다고 하는군. 
일을 하다보니 목이 말랐고, 물을 좀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니가 갖다먹으라는 당돌한 말에 당혹스러워했지만,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라는 말이 맞기에 내가 찾아갔지.
일이 끝나고 Tim이 나를위해 요리를 해줬어. 그건 옥수수 콘모양으로 생긴, 알고보니 그건 파스타였지만, 확실한건 스파게티는 아니었어. 맛은 당연히 일품이었고. 그리고 나서는 쉴 수 있었고, 남은 시간이 상당히 많았어. 그 시간동안 여기에 머무르게 될 일수, 대략 2주간 있어야겠다 싶었어. 하루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인상을 받았고, 특히나 영어와 관련하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어휘의 한계 등에 부딪히는 순간이었어.
아무튼, 잠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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